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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과정에서 모발의 결합 구조가 재배열되는 원리

읽는 시간 약 27분

펌은 단순히 머리카락을 구부리는 과정이 아닙니다. 케라틴의 이황화결합을 환원제로 일부 끊고 새로운 형태로 배열한 뒤 산화제로 다시 결합시켜 형태를 고정하는 화학적 원리를 알아봅니다.

직모를 웨이브 형태로 바꾸거나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을 보다 곧게 펴는 시술에서는 머리카락의 모양이 눈에 띄게 달라집니다.

그래서 펌을 단순히 “머리카락을 롯드에 말아서 모양을 기억시키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구부리기만 한 머리카락은 물에 젖거나 시간이 지나면 원래 형태로 돌아가려는 성질이 있습니다.

머리카락의 형태를 비교적 오래 유지하려면 모발 내부 케라틴 단백질을 안정화하고 있는 화학적 결합 일부를 변화시켜야 합니다.

전통적인 퍼머넌트 웨이브(permanent wave)는 바로 이 원리를 이용합니다.

환원제(reducing agent)를 이용해 케라틴 사이의 이황화결합(disulfide bond)을 일부 끊고, 머리카락을 원하는 모양으로 배열한 뒤, 산화제(oxidizing agent)를 이용해 결합을 다시 형성하도록 합니다.

즉 펌의 핵심은 단순한 ‘굽힘’이 아니라

결합을 일부 풀기 → 형태를 바꾸기 → 새로운 위치에서 다시 결합하기

라는 과정입니다.

모발의 주성분은 케라틴 단백질입니다

두피 밖으로 나온 모발은 대부분 케라틴(keratin)이라는 섬유성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모발 단백질은 전체 모발 질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특히 피질(cortex)에는 케라틴 중간섬유(intermediate filament)와 케라틴 관련 단백질(Keratin-Associated Protein, KAP)이 복잡하게 배열되어 있습니다.

케라틴은 단순히 길게 늘어진 하나의 단백질 사슬이 아닙니다.

여러 단백질 사슬이 서로 연결되고 접히면서 강한 섬유 구조를 형성합니다.

이 구조를 안정화하는 데는 여러 종류의 결합과 상호작용이 관여합니다.

대표적으로

  • 이황화결합(disulfide bond)
  • 수소결합(hydrogen bond)
  • 이온결합(ionic interaction)
  • 소수성 상호작용(hydrophobic interaction)

등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펌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결합이 바로 이황화결합입니다.

이황화결합은 시스테인 두 개가 연결된 구조입니다

케라틴 단백질에는 시스테인(cysteine)이라는 황을 포함한 아미노산이 비교적 많이 존재합니다.

서로 가까운 두 시스테인의 황 원자 사이에 공유결합이 형성되면 S-S 형태의 이황화결합이 만들어집니다.

두 개의 시스테인이 이황화결합으로 연결된 형태를 시스틴(cystine)이라고 부릅니다.

이 결합은 서로 다른 케라틴 사슬이나 단백질 구조를 연결하는 가교(cross-link)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여러 케라틴 단백질을 서로 묶어 모발 내부 구조를 단단하게 유지시키는 ‘화학적 연결 고리’와 비슷합니다.

이황화결합은 비교적 강한 공유결합이기 때문에 물에 젖는 것만으로 쉽게 끊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머리를 물에 적시고 롯드에 말았다가 말리는 것만으로는 새로운 모양이 오래 유지되지 않습니다.

펌에서는 이 강한 결합 일부를 화학적으로 변화시켜야 합니다.

물에 젖었을 때 모양이 달라지는 것은 다른 결합의 영향도 있습니다

머리카락은 물에 젖기만 해도 형태가 어느 정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젖은 머리를 땋아 두었다가 말리면 일시적으로 웨이브가 생기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이 현상에는 수소결합과 같은 상대적으로 약한 상호작용이 관여합니다.

물 분자가 모발 내부로 들어가면 케라틴 사이의 수소결합 환경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머리카락을 새로운 형태로 만든 상태에서 말리면 일부 수소결합이 새로운 위치에서 다시 형성되면서 일시적인 형태 변화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시 물에 젖으면 이러한 결합은 쉽게 변화합니다.

그래서 드라이어나 고데기, 롤러를 이용한 스타일링은 세정이나 습기에 의해 비교적 쉽게 풀립니다.

반면 펌은 더 강한 이황화결합 자체를 일부 변화시키기 때문에 형태가 더 오래 유지될 수 있습니다.

펌 1제에서는 먼저 환원 반응이 일어납니다

전통적인 퍼머넌트 웨이브에서는 첫 단계로 환원제가 포함된 약제를 사용합니다.

대표적인 환원제로는 thioglycolate 계열이 오래전부터 사용되어 왔습니다.

예를 들어 ammonium thioglycolate는 전통적인 콜드펌에서 널리 사용돼온 성분입니다.

환원 반응은 쉽게 말하면 이황화결합을 구성하는 S-S 결합을 끊어 두 개의 황기를 보다 반응성이 높은 형태로 바꾸는 과정입니다.

이를 단순화하면

케라틴-S-S-케라틴
↓ 환원
케라틴-SH + HS-케라틴

과 같은 흐름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때 케라틴 단백질 자체가 모두 분해되는 것은 아닙니다.

모발 내부에 존재하는 수많은 이황화결합 중 일부가 환원되면서 케라틴 구조를 단단히 묶고 있던 가교의 일부가 느슨해지는 것입니다.

그 결과 모발 섬유가 이전보다 형태를 바꾸기 쉬운 상태가 됩니다.

알칼리성 환경은 환원제가 모발 내부로 들어가는 것을 돕습니다

환원제만 있다고 해서 펌 반응이 모두 동일하게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전통적인 퍼머넌트 웨이브에서는 알칼리제가 함께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알칼리성 환경에서는 모발이 팽윤하고 큐티클 구조의 투과성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환원제가 모발 내부, 특히 피질 쪽으로 이동하기 쉬워집니다.

또한 pH는 thioglycolate 계열 환원제의 반응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펌제의 pH는 단순한 부가 조건이 아니라 환원 반응의 속도와 깊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변수입니다.

과거 단백질 화학 연구에서는 환원 용액의 pH가 높아질수록 시스틴 결합 절단이 증가할 수 있으며, 지나친 환원 조건에서는 이후 산화 단계에서 이황화결합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됐습니다.

즉 펌은 결합을 많이 끊을수록 좋은 과정이 아닙니다.

적절한 정도만 환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합이 느슨해진 상태에서 모발을 원하는 형태로 고정합니다

환원제가 이황화결합 일부를 끊으면 케라틴 단백질 사이의 가교가 감소합니다.

이 상태에서는 케라틴 사슬과 주변 단백질 구조가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움직이기 쉬워집니다.

웨이브 펌에서는 머리카락을 롯드에 감아 곡선 형태로 유지합니다.

반대로 스트레이트 형태를 만드는 시술에서는 머리카락을 곧은 방향으로 배열합니다.

이 과정에서 모발 내부의 케라틴 구조는 외부에서 가해진 기계적 형태를 따라 새로운 위치 관계를 만들게 됩니다.

중요한 점은 이 시점에서 새로운 모양이 아직 완전히 고정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환원된 모발은 오히려 구조적으로 약해진 상태입니다.

새로운 형태를 오래 유지하려면 다음 단계에서 결합을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펌 2제에서는 산화 반응으로 결합을 다시 형성합니다

원하는 형태로 모발을 고정한 뒤에는 산화제가 사용됩니다.

전통적인 펌 중화제(neutralizer)에는 hydrogen peroxide나 sodium bromate 같은 산화제가 사용될 수 있습니다.

산화 반응에서는 환원 단계에서 생성된 thiol(-SH) 그룹 일부가 다시 산화되어 이황화결합(S-S)을 형성합니다.

단순화하면

케라틴-SH + HS-케라틴
↓ 산화
케라틴-S-S-케라틴

의 흐름입니다.

하지만 처음과 완전히 동일한 두 위치가 다시 연결된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모발은 이미 롯드에 말리거나 다른 형태로 배열된 상태입니다.

따라서 케라틴 단백질의 상대적인 위치가 달라진 상태에서 새로운 이황화결합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모발 내부의 가교 구조가 새로운 형태를 안정화하는 방향으로 재배열됩니다.

펌을 ‘결합 재배열’이라고 표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모든 이황화결합이 끊어졌다 다시 붙는 것은 아닙니다

펌을 설명할 때 흔히

“펌제가 이황화결합을 끊고 다시 연결한다”

고 말합니다.

전체 원리를 이해하기에는 맞는 표현이지만 실제로는 조금 더 세밀한 해석이 필요합니다.

모발 내부의 모든 이황화결합이 완전히 끊어진 뒤 다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일부 결합이 환원되고 일부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환원되는 위치도 모든 케라틴 영역에서 균일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08년 thioglycolic acid와 L-cysteine을 비교한 연구에서는 환원제 종류에 따라 모발 미세구조에서 영향을 받는 이황화결합의 위치가 다를 가능성이 제시됐습니다.

thioglycolic acid는 중간섬유와 KAP 사이 또는 KAP와 KAP 사이의 가교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시됐고, L-cysteine은 다른 영역의 이황화결합에 더 선택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보고됐습니다.

즉 ‘이황화결합’이라는 이름 아래에서도 실제 위치와 반응성은 같지 않을 수 있습니다.

펌 효과는 결합을 얼마나 많이 끊었는지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더 많은 이황화결합을 끊으면 더 강한 웨이브가 생길 것처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펌 결과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환원 정도뿐 아니라

  • 환원제가 어느 위치까지 침투했는지
  • 어떤 이황화결합이 영향을 받았는지
  • 약제의 pH
  • 처리 시간
  • 모발 굵기와 손상 상태
  • 롯드의 크기
  • 기계적으로 어느 정도 변형했는지
  • 이후 산화 과정이 얼마나 적절하게 이루어졌는지

등이 함께 영향을 줍니다.

2021년 permanent waving chemistry 리뷰에서도 전통적인 thioglycolate 펌의 기본 화학은 잘 알려져 있지만 실제 반응 속도와 과정의 세부적인 kinetics에는 여전히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펌의 결과를 단순한 화학식 하나로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산화한다고 모든 결합이 원래처럼 완전히 회복되는 것은 아닙니다

펌에서 중화제를 사용하면 환원된 이황화결합이 다시 산화됩니다.

하지만 이것을 ‘손상 전 상태로 완벽하게 복구한다’고 표현하면 정확하지 않습니다.

과거 연구에서는 환원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후 재산화 과정에서 다시 형성되는 이황화결합의 비율이 감소할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됐습니다.

또한 일부 황을 포함한 구조는 cysteic acid와 같은 산화 생성물로 변할 수 있습니다.

이런 변화가 일어나면 원래의 시스틴 가교 형태로 되돌아갈 수 없습니다.

따라서 중화 과정은 단순히 끊었던 결합을 100% 원상복구하는 단계가 아니라

새로운 형태에서 가능한 이황화결합을 다시 형성해 구조를 안정화하는 단계

라고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반복적인 펌에서 모발이 약해질 수 있는 이유

한 번의 펌에서도 일부 결합은 원래 상태로 완전히 돌아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같은 모발에 환원과 산화 처리를 반복하면 이러한 변화가 누적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2008년 연구에서는 모발을 환원과 산화 처리에 반복적으로 노출했을 때 이황화결합의 양이 점차 감소했고, 일부는 cysteic acid로 전환되는 변화가 관찰됐습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thioglycolic acid를 이용한 펌 과정에서 이황화 가교가 절단되고 다시 형성되는 과정이 모발의 미세구조와 물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이황화결합은 케라틴 구조를 단단하게 만드는 중요한 가교이기 때문에 일부가 영구적으로 손실되면 모발의 강도와 탄성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반복적인 펌 이후 모발이 이전보다 쉽게 늘어나거나 끊어지고, 촉감이 달라지는 현상은 단순한 표면 손상만으로 설명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큐티클도 펌 과정에서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펌의 핵심 반응은 피질 내부의 케라틴 결합에서 일어나지만, 약제가 피질까지 도달하려면 먼저 큐티클을 지나야 합니다.

알칼리성 펌제에 노출되면 모발이 팽윤하고 큐티클 구조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큐티클 표면이 거칠어지거나 일부 지질 구조가 변하면 마찰 특성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2023년 모발 염색과 펌으로 인한 손상을 정리한 리뷰에서는 펌 과정에서 알칼리제와 환원제, 산화제가 반복적으로 모발에 작용하며 큐티클과 피질 모두에서 구조적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펌 손상을 “이황화결합만 끊어진다”고 설명하는 것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모발 내부의 케라틴 결합 변화와 표면 큐티클 변화가 함께 일어날 수 있습니다.

젖은 상태에서는 모발이 더 쉽게 변형됩니다

펌 시술에서 모발은 대부분 젖은 상태입니다.

물이 모발 내부로 들어가면 모발이 팽윤하고 수소결합 환경이 달라집니다.

그 결과 마른 모발보다 형태를 바꾸기 쉬운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환원제를 사용해 이황화결합 일부까지 끊으면 케라틴 구조의 이동성이 더 커집니다.

즉 펌에서는

물에 의한 일시적인 결합 변화
+
환원제에 의한 이황화결합 변화
+
롯드나 기계적 힘에 의한 형태 변화

가 동시에 작용합니다.

이후 건조와 산화 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형태가 안정화됩니다.

펌을 단순히 화학 반응 하나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컬 크기는 화학 반응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같은 펌제를 사용해도 롯드의 크기에 따라 컬의 크기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작은 롯드에 감으면 더 작은 곡률 반경의 컬이 만들어지고 큰 롯드를 사용하면 상대적으로 큰 웨이브가 형성됩니다.

이는 펌이 화학 반응과 기계적 변형이 결합된 과정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환원제는 모발을 새로운 형태로 바꿀 수 있는 상태로 만들지만, 실제로 어떤 형태가 만들어질지는 롯드와 장력 같은 물리적 조건이 결정합니다.

그리고 산화제는 그 변화된 형태를 보다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이황화결합을 다시 형성하는 역할을 합니다.

즉

화학 반응은 모발을 변형 가능하게 만들고
기계적 힘은 새로운 형태를 만들며
산화 반응은 그 형태를 고정합니다.

펌과 매직 스트레이트는 같은 결합을 다르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웨이브 펌과 화학적 스트레이트닝은 외형적으로는 반대처럼 보입니다.

하나는 곱슬하게 만들고 다른 하나는 곧게 만듭니다.

하지만 thioglycolate 계열을 사용하는 방식이라면 기본적인 결합 변화 원리는 유사할 수 있습니다.

먼저 이황화결합 일부를 환원해 케라틴 구조를 변형하기 쉽게 만들고, 원하는 형태로 배열한 뒤 산화시켜 새로운 위치에서 결합을 형성합니다.

차이는 모발을 어떤 방향으로 변형시키느냐에 있습니다.

웨이브에서는 롯드에 감아 곡선을 만들고, 스트레이트 시술에서는 모발을 보다 곧은 형태로 배열합니다.

다만 모든 스트레이트닝 제품이 같은 반응을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hydroxide relaxer는 이황화결합을 단순히 환원했다 다시 산화하는 방식과 달리 lanthionization이라는 반응을 통해 시스틴 구조 자체를 다른 결합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따라서 ‘펌제’나 ‘매직약’이라는 이름만 보고 모든 제품이 동일하게 작용한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lanthionization은 다시 원래 이황화결합으로 돌아가는 과정이 아닙니다

수산화물(hydroxide)을 이용하는 일부 강한 화학적 스트레이트닝에서는 이황화결합에 다른 화학 반응이 일어납니다.

이 과정에서는 시스틴 구조에서 황 원자 하나가 제거되며 lanthionine이라는 새로운 결합 형태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이를 lanthionization이라고 합니다.

이 반응은 thioglycolate를 이용해 이황화결합을 환원했다 다시 산화시키는 전통적인 퍼머넌트 웨이브와 다릅니다.

한번 lanthionine으로 바뀐 결합은 단순한 산화 과정으로 원래의 이황화결합으로 돌아가는 구조가 아닙니다.

따라서 화학적 스트레이트닝 연구를 읽을 때도 사용한 환원제와 알칼리제 종류를 확인해야 합니다.

모양이 펴졌다는 결과만 같을 뿐, 분자 수준에서 일어난 반응은 다를 수 있습니다.

펌 후 모발이 원래처럼 스스로 회복되지는 않습니다

피부는 살아 있는 세포가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 손상된 장벽을 일정 부분 회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피 밖으로 나온 모발은 이미 각질화된 섬유입니다.

손상된 큐티클을 새로 만들거나 변화한 케라틴 가교를 생물학적으로 원래 상태로 복구할 수 없습니다.

컨디셔너나 트리트먼트는 모발 표면에 흡착하거나 마찰을 줄이고, 손상된 부위의 사용감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펌 이전의 단백질 구조로 완전히 ‘재생’했다고 표현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반복적인 화학 처리에서는 한 번의 시술보다 누적 노출을 생각해야 합니다.

특히 이미 탈색이나 염색, 이전 펌을 반복한 모발은 새로운 펌 시술 전에 이미 케라틴과 큐티클 구조가 변화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미 염색된 모발에서는 반응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염색과 펌 모두 모발에 화학적 환경 변화를 일으킵니다.

영구 산화 염색에서는 알칼리제와 과산화수소가 사용되고, 펌에서는 환원제와 산화제를 순서대로 사용합니다.

따라서 이미 산화 염색이나 탈색으로 손상된 모발에 다시 펌을 하면 화학적 부담이 누적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전 처리에서 일부 큐티클이 손상되고 단백질이나 지질 구조가 변화했다면 환원제가 침투하는 방식이나 모발의 기계적 강도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연구 결과나 제품 설명을 볼 때는 단순히 “펌모”인지 아닌지만 확인하지 말고

  • 염색 여부
  • 탈색 여부
  • 이전 펌 횟수
  • 모발 굵기
  • 모발 손상도

같은 조건을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황화결합만으로 모발 형태 전체를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펌에서 이황화결합이 핵심이라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모발의 기계적 성질이 이황화결합 하나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2024년 발표된 화학 결합과 모발 거동에 관한 리뷰에서는 모발의 물성이 수소결합, 이황화결합, 이온결합과 소수성 상호작용이 함께 만드는 결과라고 설명합니다.

또 이황화결합 자체도 모발 내부 위치에 따라 반응성이 동일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즉 ‘이황화결합 몇 개를 끊으면 컬이 몇 % 생긴다’는 식의 단순한 공식은 만들기 어렵습니다.

펌은 매우 복잡한 단백질 섬유에 화학적·기계적 자극을 동시에 가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펌 과정을 순서대로 보면 훨씬 이해하기 쉽습니다

전통적인 thioglycolate 기반 퍼머넌트 웨이브를 가장 단순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모발을 원하는 형태로 배열하거나 롯드에 감음

↓

2. 환원제가 모발 내부로 침투함

↓

3. 케라틴 사이 이황화결합 일부가 환원됨

↓

4. 케라틴 구조가 상대적으로 움직이기 쉬워짐

↓

5. 롯드의 형태에 따라 모발 내부 배열이 달라짐

↓

6. 환원제를 헹군 뒤 산화제를 사용함

↓

7. 새로운 위치에서 일부 이황화결합이 다시 형성됨

↓

8. 변화된 모발 형태가 비교적 오래 유지됨

이 과정에서 큐티클 팽윤, 수분 변화, 일부 단백질과 지질의 손상도 함께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펌의 성공은 단순히 결합을 많이 끊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정도의 환원과 재산화를 조절하는 데 달려 있습니다.

펌이 오래가는 이유는 ‘머리카락이 모양을 기억해서’가 아닙니다

일상에서는 펌을 하고 나면 머리카락이 컬을 ‘기억한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발에 기억을 담당하는 생물학적 장치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새로운 형태가 유지되는 이유는 화학적으로 변형된 케라틴의 가교 구조가 그 형태를 안정화하기 때문입니다.

물에 젖어 일부 수소결합이 끊어졌다 다시 만들어져도 이황화 가교의 재배열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컬이 다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모발이 손상되고 마찰과 세정, 열 자극이 반복되면 컬의 형태도 점차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 두피에서 새로 자라나는 모발에는 펌 반응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원래의 모발 형태로 자랍니다.

따라서 펌은 모낭이 만드는 새로운 머리카락의 성질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자라난 모발 섬유의 화학 구조를 변화시키는 시술입니다.

‘결합 재배열’이라는 표현이 펌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합니다

펌을 이해할 때 가장 흔한 오해는 머리카락을 단순히 부드럽게 만든 뒤 굳힌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실제로는 케라틴 구조 안에서 여러 결합이 동시에 작용하며, 그중 특히 이황화결합 일부가 환원과 산화를 거쳐 재배열됩니다.

환원 단계에서는 강한 가교 일부를 풀어 케라틴 구조를 움직이기 쉬운 상태로 만듭니다.

기계적으로 새로운 형태를 만든 뒤 산화 단계에서는 그 위치에서 다시 이황화결합을 형성하도록 합니다.

하지만 모든 결합이 완벽하게 복구되는 것은 아니며, 일부는 다른 산화 형태로 변하거나 손실될 수 있습니다.

반복적인 처리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누적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펌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면

케라틴을 단순히 구부리는 과정이 아니라, 모발 내부의 이황화 가교 일부를 화학적으로 풀고 새로운 위치에서 다시 형성해 형태를 안정화하는 과정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원리를 이해하면 왜 펌이 물에 젖어도 일정 부분 유지되는지, 왜 환원제와 중화제가 모두 필요한지, 그리고 왜 펌을 반복할수록 모발의 강도와 촉감이 달라질 수 있는지도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참고한 신뢰 출처

  1. Evans T. A Review of Permanent Waving and Perm Chemistry. Journal of Cosmetic Science. 2021.
    전통적인 thioglycolate 기반 퍼머넌트 웨이브의 화학적 원리와 환원·산화 반응, 펌 반응의 kinetics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리뷰입니다.
    https://pubmed.ncbi.nlm.nih.gov/35349429/
  2. Mechanisms of impairment in hair and scalp induced by hair dyeing and perming and potential interventions. Frontiers in Medicine. 2023.
    펌에서 환원제가 이황화결합을 절단하고 알칼리제가 큐티클 투과와 환원 반응을 돕는 과정, 이후 산화제가 결합 재형성에 관여하는 원리를 정리한 리뷰입니다.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10232955/
  3. Effect of shampoo, conditioner and permanent waving on the molecular structure of human hair. PeerJ. 2015.
    퍼머넌트 웨이브에서 환원제가 큐티클과 피질 외곽으로 침투해 이황화결합을 절단하고, 형태 변형 이후 산화제를 통해 구조를 재배열하는 과정을 분자 구조 수준에서 설명한 연구입니다.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4636411/
  4. Ogawa S, et al. Action of Thioglycolic Acid and L-Cysteine to Disulfide Cross-Links in Hair Fibers during Permanent Waving Treatment. Sen’i Gakkaishi. 2008.
    thioglycolic acid와 L-cysteine을 사용해 환원·산화 처리를 반복하고 이황화결합, thiol, cysteic acid 변화와 모발 물성을 분석한 연구입니다.
    https://www.jstage.jst.go.jp/article/fiber/64/6/64_6_137/_article/-char/en
  5. Suzuta K, et al. Intermolecular disulfide cross-linked structural change induced by permanent wave treatment of human hair with thioglycolic acid. Journal of Cosmetic Science. 2012.
    thioglycolic acid 환원과 sodium bromate 산화 과정에서 모발 내부 이황화 가교가 절단되고 다시 형성되는 미세구조 변화를 연구한 논문입니다.
    https://pubmed.ncbi.nlm.nih.gov/23193691/
  6. Contributions to the chemistry of human hair: III. Protein chemical aspects of permanent waving treatments.
    환원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후 산화 단계에서 일부 이황화결합이 완전히 재형성되지 않을 수 있으며 황 함유 성분 손실과 단백질 변화가 증가할 수 있음을 보고한 연구입니다.
    https://pubmed.ncbi.nlm.nih.gov/19456952/
  7. On Hair Care Physicochemistry: From Structure and Degradation to Novel Biobased Conditioning Agents. Molecules. 2023.
    케라틴과 시스테인, 이황화결합이 모발 구조와 강도를 형성하는 기본적인 생화학적 구조를 정리한 리뷰입니다.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9921463/
  8. Hair Cosmetics for the Hair Loss Patient. International Journal of Trichology. 2021.
    thioglycolate가 케라틴의 이황화결합을 환원하는 방식과 hydrogen peroxide를 이용한 재산화, hydroxide relaxer에서 일어나는 lanthionization의 차이를 설명합니다.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8719955/
  9. Human Hair and the Impact of Cosmetic Procedures: A Review on Cleansing and Shape-Modulating Cosmetics. Cosmetics. 2016.
    퍼머넌트 웨이브에서 환원제가 이황화결합을 절단하고 원하는 형태에서 산화제를 이용해 새로운 이황화결합을 형성하는 기본 원리를 정리한 리뷰입니다.
    https://www.mdpi.com/2079-9284/3/3/26
  10. Chemical bonds and hair behaviour—A review. International Journal of Cosmetic Science. 2024.
    모발의 기계적 성질이 이황화결합뿐 아니라 수소결합, 이온결합과 소수성 상호작용에 의해 함께 결정되며 이황화결합도 위치에 따라 반응성이 다를 가능성을 검토한 리뷰입니다.
    https://pubmed.ncbi.nlm.nih.gov/38733167/

damam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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