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발 큐티클은 어떤 구조이며 손상되면 표면이 달라지는 이유
머리카락 표면을 덮는 큐티클의 겹침 구조와 18-MEA 표면 지질이 마찰·윤기·수분 반응에 관여하며 손상 후 표면이 거칠어지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머리카락을 손가락 사이로 쓸어내리면 어떤 부분은 매끄럽고 어떤 부분은 거칠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특히 모발 끝으로 갈수록 엉키기 쉽거나 윤기가 줄어든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차이를 흔히 ‘손상모’라는 한 단어로 표현하지만, 실제로 손으로 느끼는 표면 변화의 중요한 출발점 가운데 하나가 모발 큐티클(hair cuticle)입니다.
큐티클은 머리카락 바깥을 감싼 투명한 막 한 장이 아닙니다.
납작한 각질화 세포가 여러 겹 겹쳐져 모발 내부의 피질(cortex)을 둘러싸는 구조입니다.
지붕에 기와를 겹쳐 놓는 모습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각 기와가 조금씩 다음 기와를 덮으면서 아래 구조를 보호하듯이 큐티클 세포 역시 여러 층으로 겹쳐져 모발 내부를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합니다.
먼저 모발의 바깥과 안쪽을 구분해보겠습니다
머리카락 한 가닥은 크게 큐티클, 피질, 일부 모발에서 존재하는 수질(medulla)로 나눌 수 있습니다.
피질은 모발에서 상당한 부피를 차지하며 케라틴 구조를 포함합니다.
앞선 글에서 살펴본 것처럼 케라틴 중간섬유와 주변 단백질 기질은 머리카락이 당기는 힘을 견디고 일정 범위에서 변형될 수 있도록 합니다.
큐티클은 이 피질을 둘러싸는 가장 바깥층입니다.
그래서 물, 샴푸, 빗, 열, 자외선, 염색과 탈색 같은 외부 자극을 가장 먼저 만나는 구조입니다.
모발 큐티클에 관한 분자 연구에서도 큐티클이 외부 환경으로부터 내부를 보호하면서 마찰과 광택 같은 모발의 전체 물성에 기여한다고 설명합니다.
큐티클은 왜 비늘처럼 겹쳐 있을까요
큐티클 세포는 모발 전체를 한 장으로 둘러싸지 않습니다.
여러 개의 납작한 세포가 뿌리에서 모발 끝 방향으로 포개져 있습니다.
이 구조 덕분에 외부에서 가해지는 힘이 한 지점에서 곧바로 피질에 전달되지 않고 여러 큐티클 층에서 분산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이 겹침 구조는 모발 표면에 방향성을 만듭니다.
머리카락을 뿌리에서 끝 방향으로 쓸어내릴 때와 끝에서 뿌리 방향으로 움직일 때 표면 마찰이 완전히 같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큐티클의 돌출된 가장자리를 거슬러 움직이면 서로 걸리면서 마찰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최근 사람 모발의 마찰을 종합한 전문 검토에서는 이런 특성을 anisotropic friction, 즉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마찰 특성으로 설명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손으로 느끼는 ‘결 방향’에도 실제 구조적 근거가 있습니다.
큐티클 세포 한 장도 하나의 균일한 층은 아닙니다
여기서 구조를 한 단계 더 확대해보겠습니다.
큐티클 세포 내부에는 A-layer, exocuticle, endocuticle처럼 화학적·기계적 특성이 다른 영역이 존재합니다.
이들 영역은 단백질의 가교 정도와 구성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endocuticle은 상대적으로 가교가 적어 기계적·화학적 자극에 더 취약할 수 있습니다.
큐티클 세포 사이에는 cell membrane complex(CMC)라는 얇은 결합 구조도 존재합니다.
CMC는 큐티클 세포끼리 붙어 있도록 연결하는 동시에 물과 여러 화학물질이 이동하는 경로와도 관련됩니다.
따라서 큐티클이 손상된다는 것은 단순히 비늘의 가장자리가 조금 들뜨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큐티클 세포 자체 + 세포 내부의 여러 층 + 세포 사이 CMC
가 함께 변화할 수 있습니다.
AFM을 이용한 사람 모발 연구에서도 cuticular CMC의 여러 층에서 마찰과 경도 특성이 서로 다르게 관찰됐습니다.
큐티클 바깥에는 18-MEA라는 특별한 지질층이 있습니다
모발의 매끄러움을 이해하려면 구조만큼 표면 화학도 중요합니다.
건강한 사람 모발의 가장 바깥쪽에는 18-methyleicosanoic acid(18-MEA)라는 가지형 지방산이 공유결합 형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18-MEA는 모발 표면을 비교적 소수성으로 만들고 마찰을 낮추는 데 기여합니다.
AFM으로 사람 모발 표면을 측정한 연구에서는 18-MEA 층의 존재 여부에 따라 adhesion과 friction이 달라졌으며 연구진은 이 층이 윤활 효과를 가진다고 보고했습니다.
즉, 큐티클을 지붕의 기와라고 한다면 18-MEA는 그 기와 표면에 형성된 얇은 보호·윤활 코팅처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큐티클의 모양이 남아 있어도 18-MEA가 감소하면 표면 특성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18-MEA가 줄면 왜 모발이 더 거칠게 느껴질까요
18-MEA가 유지된 표면은 물과의 친화성이 비교적 낮고 모발끼리의 마찰도 줄이는 데 기여합니다.
반면 18-MEA가 손실되면 모발 표면은 상대적으로 친수성이 커질 수 있고 섬유끼리의 마찰과 부착 특성도 달라집니다.
2010년 사람 모발을 대상으로 18-MEA를 제거한 연구에서는 처리하지 않은 모발이 젖은 상태에서 비교적 평행하게 배열된 반면, 18-MEA를 제거한 모발은 서로 달라붙고 엉킨 형태를 보였습니다.
건조 후에도 이러한 배열 차이가 남았습니다. 연구진은 18-MEA가 젖은 모발에서 섬유가 서로 매끄럽게 재배열될 수 있도록 낮은 표면 마찰을 제공한다고 해석했습니다.
따라서 ‘푸석하고 엉킨다’는 감각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큐티클 들뜸뿐 아니라 표면 지질의 손실과 마찰 증가까지 포함하는 현상일 수 있습니다.
모발 끝이 뿌리보다 손상되어 보이는 이유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두피 밖으로 나온 모발 줄기는 살아 있는 피부처럼 손상된 부위를 새로운 세포로 복구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같은 한 가닥의 머리카락에서도 끝부분은 뿌리에 가까운 부분보다 오래 존재해 왔습니다.
그동안 더 많은 횟수의 세척, 빗질, 마찰, 햇빛과 열에 노출됩니다.
매우 긴 사람 모발을 뿌리부터 끝까지 분석한 연구에서는 시간이 오래된 구간으로 갈수록 손상이 바깥에서 안쪽으로 진행되는 모습이 관찰됐습니다.
먼저 큐티클의 점진적인 마모가 나타났고 더 오래된 구간에서는 큐티클 스케일 손상이 증가하면서 ceramide와 18-MEA 감소도 함께 나타났습니다.
즉,
노출 시간 증가 → 큐티클 마모 누적 → 표면 지질 감소 → 마찰과 표면 특성 변화
라는 흐름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이것이 모발 끝부분이 뿌리 가까운 새 모발보다 거칠게 느껴질 수 있는 구조적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자외선과 세척은 서로 다른 손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는 자외선, 샴푸, 빗질이 따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햇빛을 받은 모발을 씻고, 말리고, 다시 빗는 과정이 반복됩니다.
사람 모발에 모의 태양광과 반복 세척을 적용한 2016년 연구에서는 광노출만으로도 큐티클에 균열, 나노 크기의 공동과 cuticle cell lifting이 나타났습니다.
세척은 일부 큐티클 세포를 실제로 제거했고, 광노출과 반복 세척을 함께 적용했을 때 손상이 가장 크게 나타났습니다.
연구에서는 60회 세척 후 약 1~2개의 cuticle cell layer가 제거될 수 있었고, 강한 모의 태양광 노출과 세척을 결합한 실험에서는 더 큰 손상이 관찰됐습니다.
하지만 이 숫자를 일상생활에 그대로 적용하면 안 됩니다.
해당 연구는 최대 600시간의 모의 태양광 조사와 60회 세척이라는 강한 실험 조건을 사용했습니다.
따라서 샴푸 몇 번으로 큐티클 층이 똑같이 떨어진다는 뜻이 아니라, 광화학적으로 약해진 큐티클이 반복적인 기계적 세척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는 기전을 보여준 연구로 이해해야 합니다.
염색·탈색도 큐티클 표면 특성을 바꿀 수 있습니다
염색과 탈색 과정에서는 알칼리성 환경과 산화제가 이용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화학적 처리는 색소만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큐티클의 단백질 구조와 지질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모발 화장품을 종합한 전문 검토에서는 permanent dye와 bleaching 과정에서 18-MEA가 감소하고 모발 표면의 친수성과 손상 정도가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여기에서도 중요한 것은
염색 = 큐티클이 모두 없어짐
이 아닙니다.
실제 변화는 제품 조성, pH, 산화제 농도, 처리시간과 반복 횟수에 따라 달라집니다.
한 번의 시술과 수년간 반복된 화학처리를 같은 상태로 봐서는 안 됩니다.
큐티클이 손상되면 왜 윤기도 달라질까요
머리카락의 윤기는 표면에서 빛이 어떻게 반사되는지와 관련됩니다.
매끄럽고 비교적 규칙적인 표면에서는 빛이 일정한 방향으로 반사되기 쉽습니다.
반대로 큐티클이 들뜨고 마모되어 표면이 불규칙해지면 빛이 여러 방향으로 산란될 수 있습니다.
또 18-MEA가 유지하는 소수성 표면 특성도 모발의 외관과 촉감에 관여합니다. 모발 구조를 종합한 연구에서도 cuticle의 18-MEA가 광택과 표면 특성에 기여하는 요소로 설명됩니다.
따라서 손상된 머리카락이 ‘칙칙하다’고 느껴지는 현상 역시 색 자체의 변화만이 아니라 표면 거칠기와 빛 반사의 변화가 일부 관여할 수 있습니다.
큐티클 손상과 모발 절단은 같은 단계가 아닙니다
큐티클 일부가 마모됐다고 머리카락이 바로 끊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모발의 기계적 강도를 상당 부분 담당하는 구조는 내부의 피질입니다.
따라서 손상은 여러 단계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표면 지질 감소 → 마찰 증가 → 큐티클 가장자리 마모 → 큐티클 세포 손실 → 피질 보호 감소 → 반복적인 기계·화학적 스트레스가 내부로 전달 → 심한 경우 균열과 절단 가능
최근 모발 파손의 생체역학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split ends와 모발 파손은 일상적인 빗질·브러싱뿐 아니라 bleaching, straightening과 blow-drying 같은 여러 조건의 누적과 관련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즉, 거친 촉감은 반드시 곧 끊어진다는 뜻은 아니지만 외부 보호 구조가 달라졌다는 하나의 신호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컨디셔너를 사용하면 매끄러워지는 것은 큐티클이 재생됐기 때문일까요
샴푸 뒤 거칠던 머리카락에 컨디셔너를 바르면 손가락이나 빗이 훨씬 쉽게 지나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손상되어 떨어져 나간 큐티클 세포가 새로 자란 것은 아닙니다.
모발 줄기는 이미 각질화된 구조이기 때문에 살아 있는 피부처럼 손상된 표면을 생물학적으로 다시 만들 수 없습니다.
대신 컨디셔닝 성분은 모발 표면에 흡착하거나 침착되어 표면 윤활과 마찰 특성을 일시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최근 hair tribology 검토에서는 컨디셔너가 손상된 모발 표면에 다양한 성분을 침착시켜 마찰을 virgin hair에 가까운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촉감 회복 = 큐티클의 생물학적 재생
이 아니라
표면 특성의 물리·화학적 보완
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이제 처음의 ‘거친 머릿결’을 구조적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왜 머리카락 끝이 엉키고 거칠게 느껴지는지에서 출발했습니다.
이제 그 현상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정상 모발에서는 겹쳐진 큐티클 세포가 피질을 보호하고, 바깥의 18-MEA가 소수성과 낮은 마찰을 유지하는 데 기여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외선, 세척, 빗질, 열과 화학처리가 반복되면 가장 바깥쪽의 18-MEA와 큐티클부터 변화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표면 마찰이 커지고 큐티클 가장자리가 들뜨거나 마모되면서 머리카락끼리 더 쉽게 걸릴 수 있습니다.
전체 흐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겹쳐진 정상 큐티클 + 18-MEA → 피질 보호 + 낮은 표면 마찰 + 비교적 규칙적인 빛 반사
반복적인 외부 노출이 더해지면
표면 지질 감소·큐티클 구조 손상 → 친수성·마찰 변화 → 모발끼리 엉킴 증가 → 표면 거칠기와 윤기 변화 → 손상이 심해지면 내부 피질 보호 능력도 감소 가능
따라서 모발 큐티클이 손상되면 표면이 달라지는 이유는 단순히 비늘이 들뜨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큐티클의 물리적 형태와 18-MEA를 포함한 표면 화학이 함께 변하면서 마찰·수분 반응·빛 반사 특성이 동시에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보면 우리가 손끝으로 느끼는 ‘부드러운 머릿결’과 ‘거친 손상모’도 실제로는 모발 표면에서 일어나는 구조와 화학의 차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참고한 신뢰 출처
Understanding and controlling the friction of human hair — Advances in Colloid and Interface Science, 2025
사람 모발의 마찰·윤활·마모를 종합한 전문 검토 논문으로 큐티클의 방향성 마찰, 18-MEA 손실과 화학·열·기계적 손상의 관계를 설명합니다. PubMed에서 원문 정보 확인
Effect of the covalently linked fatty acid 18-MEA on the nanotribology of hair’s outermost surface — Journal of Structural Biology, 2005
AFM으로 사람 모발 표면을 측정해 18-MEA의 존재와 마찰·접착 특성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입니다. PubMed에서 원문 정보 확인
18-MEA and hair appearance — Journal of Cosmetic Science, 2010
사람 모발에서 18-MEA를 제거한 뒤 젖은 상태와 건조 상태의 배열, 표면 마찰과 엉킴 특성을 분석한 연구입니다. PubMed에서 원문 정보 확인
Chronological ageing of human hair keratin fibres — International Journal of Cosmetic Science, 2010
2.4m가 넘는 긴 사람 모발을 뿌리부터 끝까지 분석해 자연적인 모발 풍화가 큐티클에서 시작하고 진행된 손상에서 18-MEA와 ceramide 감소가 동반되는 양상을 조사했습니다. PubMed에서 원문 정보 확인
Morphological degradation of human hair cuticle due to simulated sunlight irradiation and washing — Journal of Photochemistry and Photobiology B, 2016
사람 모발에 모의 태양광과 반복 세척을 적용해 큐티클의 균열·들뜸·세포 손실을 전자현미경으로 평가한 연구입니다. PubMed에서 원문 정보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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